탑건을 보면서 (부재: 아이스맨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입) 남사친


거리 곳곳에 쭈글쭈글 풀칠한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던 시절
항공모함의 위용과 전투기를 새총 쏘듯 사출하는 모습 
리얼로 찍은 공중전 씬의 절정을 장식하는
F-14 톰캣과 미그기의 캐노피가 상하로 맞붙은 기막힌 장면과
가와사키 바이크를 타고 활주로를 질주하던 장면
솔로 기타 리프가 그렇게 멋질수없었던 메인테마 연주곡
뭔가 벅찬 것이 시작하는 느낌이 정확히 전해지던 케니로긴슨의 데이져존. 
바에서 멋지게 고개를 젓혀서 마실 때 보이던 빨간색 버드와이저 병.
아직도 편의점 4캔에 만원(이제 만천원이지만) 버드와이저 라벨을 볼때마다 그장면이 생각난다
그리고 웃통을 벗어던지고 청바지 살짝 걷어올리고 멋지게 스매싱을 날리던 비치발리볼.
물론 레이벤 보잉 선글라스의 정석을 보는듯한 톰크루즈의 모습까지
감독. 배우. 음악. 연출. 제작비...상업영화의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수작 중에 수작이다
그리고 2022년. 올해 개봉한 속편. 매버릭. 전편에 필적한 수작이었다
토니스콧이 아니면 안될것같았던 연출도, 나머지 모든 요소들도 역시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영화속 그들도 늙었지만, 나의 시간도 흘렀다.
이제 나에게 와닿는 캐릭터는 탐크루즈 매버릭이 아니었다. 아이스맨 발킬머였다
영화를 보며 실력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일등 매버릭에 감탄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리 만족에 진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상업 영화가 관객에게 해야할 일은 충분히 잘해주었다
최고의 파일럿이 모이는 곳에서. 이미 실력으로 모든 것이 검증된 그들이
또 다시 경쟁해서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그 곳에서
실력은 충분히 비등하지만 뭔가 성격도 생김새도 정이 덜가는 아이스맨. 발킬머. 결과도 그러했다.
그래도 속편에서 높은 계급으로라도 보상해주었으나. 역시나 그토록 바라던 일인자의 자리는 아니다.
그런 발킬머. 아이스맨

그렇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직이라도 옜다 하며 줄 수 있는 영화같은 세상이면 얼마나 좋으랴
어느 정도 높은 곳까지는 노력과 실력으로 올라갈 수 있다
마치 탑건에 모여든 파일럿들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또 한번 걸러진다. 
조금 사실적으로 말하면 도태된다. 떨궈진다. 버려진다. 

그래도 그만한 실력이면 어딜가든 인정이야 받겠지만
최종 선택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못한 사람이된 심정.
그 열패감의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차라리 탑건에 뽑히지 않는 편이 나았을까.

영화속 아이스맨이 오늘 내일하는 그 상황에서도 슬쩍 묻는다
최고의 파일럿은 누구냐고.
죽어가는 전우에게 말이라도 한번 못해주냐는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죽을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열패감.
죽도록 갖고 싶었던 그 무엇이다.

영화속에서도 그런 훈훈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니가 최고였어라는 죽어가는 옛 전우에게 적선하듯 한마디 해줄만도 하건만 결코 그러지 않는다
웃는 얼굴로. 정확히. 거부해버린다. 분위기 좋은데 왜이러나 친구.
이런 면에서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 분명하다.

어떤 감정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훈장처럼. 십자가처럼. 주홍글씨가되기도 하고. 때론 유령처럼 보인다
열심히 살았던 사람일수록, 실력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남들보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추구했던 사람일수록,
어떤 감정은 가혹하게 깊은 상채기를 남긴다
열심히 할수록 위험하다니. 세상이 이렇게 무섭다.

그래도 너정도 실력이면 어디가서든 잘할거야
그렇게 열심히 하면 뭘 못하겠냐
물론이다. 그럴것이다.
분명 잘 먹고 잘 살것이다
영화 속 발킬머처럼.

하지만,
어떤 감정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영화 속 발킬머처럼.


덧글

  • 남사친 여사친 2022/08/22 18:58 # 답글

    대단치 않은 글이라도, 글이라고 쓰면 몇번씩 다듬고나서 포스팅하지만 이건 그냥 쓰자마자 올렸다. 띄어쓰기. 심지어 맞춤법도 안보고 그냥. 다듬고 고치면 못 올릴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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